'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SF, 설정 연출 재미 다 좋지만 무얼 말하고 싶을걸까?

미키 17 포스터 (출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SF 장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엄청나게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봉 감독 특유의 연출과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SF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했거든요.

영화는 얼음 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여러 번 프린트를 당한(?) 인간 '미키'의 이야기입니다. 

 

 

기대했던 것과 달랐던 점

  • 아쉬운 캐릭터: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좋았지만, '미키'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였죠. 마크 러팔로는 개성 있는 악역이 아니라서 특색도 없고 각자의 사연은 있었지만, 깊이 있는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메시지의 모호함: 봉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여전히 느껴졌지만, 이번에는 다소 모호하게 전달된 느낌입니다. 복제 인간에 대한 윤리나 철학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아님 절대 권력자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아님 행성의 원래 주인인 크리처들에 대한 편견을 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사랑과 치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너무 여러 내용이 혼재되어 잘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 늘어지는 전개: 영화의 후반부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크리처 대장(엄마)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맥락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죠.

미키 17 스틸컷 (출처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

  • 압도적인 비주얼: 니플하임 행성의 풍경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과 크리처의 모습이나 그 들이 살아가는 미래세계는 정말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 봉준호 감독의 연출: 봉 감독님 특유의 연출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앵글이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 특유의 연출과 완급 조절은 여전히 훌륭하고 특히, 몇몇 장면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 원주민에 대한 선입견, 절대 권력에 대한 저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봉 감독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 개그적인 요소 : 개그는 반복이라 했던가요 사람들이 "죽는 기분은 어때?"라고 물어볼 때마다 약간 웃프기도 했지만 계속 이어질수록 웃음을 자아냈고 특히 미키들이 연속적으로 용광로 같은 곳으로 보내져 폐기되는데 그 장면이 연달아 나올 때도 그런 블랙코미디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미키 17 스틸컷 (출처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총평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설정, 연출, 대본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한두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봉 감독님의 연출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됩니다.